🦉 삶은 어쩌면 모노레일 아닌 롤러코스터, '상승과 하강'

#여덟 번째 밤 #서재 앞 회랑 #모서리 2022 여름호

2022. 9. 22.

웹에서 보기

22.09.22 #여덟 번째 밤

오우너들 안녕!

지난주에 이어, 다시 스페셜 레터로 돌아온 오운이야!!🦉

그거 알아? 따끈따끈한 이 달 초,

모서리가 『모서리 2022 여름호』 계간지를 발간했어.

잠깐, '모서리'가 뭐냐구?

내가 왓어나잍으로 물어다 오는 글의 창고 역할을 하는 글쓰기 모임이야! 😎

이번 달의 레터는 특별히 『모서리 2022 여름호』 발간을 기념으로 꾸며볼 거야.

앞으로 매 계절마다 스페셜 레터로 돌아올 테니 기대하라구~

지난 주엔 『모서리 2022 여름호』 대표작으로 뽑힌 중갱의 「진부함에 대한 고찰」을 소개했지?

오늘 8호 레터에선 작가들이 함께 떠든 주제, 「상승과 하강」을 물어왔어!

(모서리에선 '서재 앞 회랑' 프로젝트를 통해, 똑같은 주제에 대해 모든 작가가 자기만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

올여름엔 참 많은 게 오르내렸잖아?

물가와 금리가 천정부지 올라갔고📈, 누리호도 날아올라 우주를 여행하고 있지!🚀

세상에 없던 빗방울이 ⛈️ 무지막지하게 내리기도 했고, 아직도 우크라이나에선 미사일이 떨어지고 있다고 해.

우리 삶도 다른 무언가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아닐까? 끊임없이 변곡을 반복하는 우리에게 집중해보고 싶어서 이 주제를 가져와봤어!

오늘은 특별히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모서리 작가 셋(!)의 이야기를 가져왔거든.

자, 지금 바로 읽어줄게! 📖

1️⃣ 첫 번째는 작은 지점에서도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내고, 깊은 공감을 주는 Pale blue의 목소리야!

상승과 하강

Pale blue

Q1. 요즘 당신 안에서 오르내리는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의 평온함이 두려운 건 왜일까요. ‘그저 그래’, ‘그저 그렇죠’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요즘입니다. 다들 그렇게 그저 그런 채로 삶을 이어 나가는 걸까요.
덜 정제되어 있던 어린 시절의 저를 생각해보면 내면의 오르내림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잘 울고 잘 웃고, 잘 슬프고 잘 행복해했습니다. 제 오르내림의 격차를 좋아했습니다. 그 폭에서 많은 영감이 탄생했고, 그 폭 덕분에 타인을 잘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그렇다고 지금의 고요함이 싫은 건 아니지만, 아직 고요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은 듭니다. 27살의 눈동자에서 건조함이 느껴지면 좀 슬프잖아요. 아, 그래서 점점 거울을 안 보게 되나 봅니다. 셀카도 마찬가지고요.
곧 사색의 계절이 찾아오잖아요. 선선한 가을바람 아래서 내면의 오르내림에 좀 더 집중해보려 합니다.

Q2. 당신이 가장 높이 있던 날과 가장 낮게 있던 날은 언제였나요? (※ 높낮이는 물리적이든 추상적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작가 재량에 맡깁니다.)

[2018.01] 14시간 경을 하늘에서 이동해 ‘리투아니아’라는 낯선 땅에 발을 디딘 순간. 그때의 호연지기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내가 의지하던 모든 것들을 끊기로 결심하고 타국에서 살아보겠다는 그 용기가 참으로 대견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만큼 제 자신이 커 보였던 적도 없었던 것 같네요. 체감상 183cm까진 컸습니다 네.
[2022.01] 30분경을 지하철에서 이동해 ‘정신과’에 첫 문을 두드린 순간. 아직도 그때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계약이 만료되기 전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새로운 회사로 옮겼지만 남은 건 초라함뿐이었습니다. 혹여나 누가 볼세라 땅만 보고 걸으면서 울었던 그때가 제일 낮았던 날입니다.

Q3.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오고, 내리막이 있다가도 다시 오르막이 오지요. 오름세와 내림세가 뒤바뀌는 변곡점에 대해 물으려 합니다. 당신 삶의 변곡점은 언제였나요? 방향은 중요치 않습니다.

가끔 상상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서울로 오지 않았으면 지금의 삶은 어땠을까?’ 모두가 그렇듯 성장에 있어 크고 작은 변곡점들이 있지만, 지금의 저를 구성하는데 ‘상경’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홀로 살아간다는 것. 이 시대의 많은 청년이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죠. 화려함에 속아보기도, 편리함에 중독되기도, 외로움에 익숙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서울에 거주하기 때문에 누린 혜택도 많고, 서울에서 거주하기 때문에 느낀 박탈감도 많습니다.
극 안정 추구적 성향은 서울에서 홀로 잘살아 보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 거라 생각합니다. 무정한 성격은 연 단위로 거주지를 옮겨야 했던 비자발적 이동에서 형성된 것 같고요. 덤덤해 보이는 표정은 ‘잘살고 있다’며 부모님께 항상 거짓말했던 습관이 굳어져 버린 것 같습니다.
어쨌든 지나가 버린 선택이니 이 길을 계속 오르내려야겠죠. 상경 이전으론 돌아갈 수 없고, 이곳에서 잘 살아보는 수밖에요.

(2022.8 씀)

오르내리는 순간의 파도를 즐기는 Pale blue의 모습이 멋있지 않니? 🏄 언젠간 나도 한 번 쯤은 했을 고민이라 이 작가를 응원해주고 싶더라고!

2️⃣ 다음으로는 연꽃의 목소리야! 사실적이고 구체적이지만 감각적인 글을 잘 보여주는 작가인데, 이번엔 우리에게 어떤 목소리를 들려줄까?

상승과 하강

연꽃

Q1. 요즘 당신 안에서 오르내리는 것은 무엇인가요?

직업적 사명감과 현실적인 고충 사이에서 고민이 많이 되는 나날들입니다. 코로나19로 격리되는 사람들, 홍수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 사랑하는 이의 사망신고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재산 문제 때문에 언성을 높이는 사람들. 매일같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단순해 보였던 제 일의 무게를 조금씩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생각지 못한 곳에서 현타를 느끼기도 합니다. 우선 눈비가 오면 긴장부터 합니다. 비상대기 명령이 떨어지면 명령이 해제될 때까지 무한대기의 늪에 빠지기 때문이죠. 퇴근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대한 국가적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 비상대기는 필수입니다. 물론 힘든 상황 속에 있는 시민들을 생각하면 직업적 사명감으로 이겨낼 수 있는 일이겠지만 아직 햇병아리인 제가 생각하기엔…잘 모르겠습니다. (금전적 보상이라도 확실하면 좀 달랐을까요?)
이렇듯 매일 오르락내리락하는 생각을 가지고 퇴근합니다. 외부적 상황만 생각하면 이 정도의 박봉을 참고 다닐 이유가 없어 보이지만, 헌신적으로 묵묵히 일하고 계시는 내부의 동료들을 보고 있자면 앞으로의 이곳 생활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시간이 흘러 더욱 폭넓은 경험을 쌓게 되었을 때 제 상황은 바뀌었을까요? 혹은 제 마음가짐이 변화하였을까요?

Q2. 당신이 가장 높이 있던 날과 가장 낮게 있던 날은 언제였나요? (※ 높낮이는 물리적이든 추상적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작가 재량에 맡깁니다.)

어제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카카오톡 메시지가 떴습니다. 준비하던 시험 때문에 연락이 두절되었던, 너무나도 보고 싶었던 친구의 연락이었습니다. 온종일 게슴츠레 뜨고 있던 두 눈이 시원하게 떠지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높게 솟았던 눈썹은 곧 가장 낮은 곳을 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직자분의 갑작스러운 휴가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죠. 내일부터 이 모든 일을 혼자 해야 한다니… 천당과 지옥은 멀지 않네요.

확실히 ‘취업의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또래의 20대라면 모두가 겪는 과정이기에 상투적인 답변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직업’이 인생을 변화시키는 아주 큰 변곡점이라고 생각해요. 저에게도 역시 큰 변곡점이 되어주었고요.
대학생일 때도 어딘가에 소속된 채, 용돈벌이 정도의 경제 활동은 했지만, 정식으로 직업을 가진 후엔 인생을 바라보는 시점이 바뀐 듯합니다. 더 이상 인생을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되었어요. 이전엔 피곤한 수업 하나 정도는 드랍(drop)해도 그만, 하기 싫은 아르바이트도 때려치우면 그만이었단 말이죠. 하지만 직장생활엔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지금의 인생은 저에게 더 많은 책임감과 인내심을 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변곡점이 제 인생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그래도 오름세의 방향으로 바꾸었다고 생각합니다. 취업 전의 물리적 상황이 자유로웠을지 몰라도 자존감이나 심적인 여유와 같은 면에서는 바닥이었음이 분명했으니까요. 보다 건강해진 마음으로 현재의 상황을 감당하고 그 속에서의 숨쉴 틈을 찾기도 하며 인간적으로 성숙해짐을 느낍니다.

(2022.8 씀)

이맘때 쯤 친구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목소리가 아닐까? 치열하지만 확신에 찬 연꽃의 발걸음을 응원해! 💪

3️⃣ 마지막으로는 루디의 목소리야! 루디의 목소리는 꼭 인터뷰하는 것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켜!

상승과 하강

루디

Q1. 요즘 당신 안에서 오르내리는 것은 무엇인가요?

두 가지가 가장 크게 생각납니다. 우선 첫번째는 화(분노)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부터 참지 않고 있는 그대로 터트리면서 살다보니 이제는 작은 자극에도 감정, 특히 분노의 수치가 높게 올라가는 것 같아요. 물론 지나친 화는 나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지 않은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제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당분간은 더 지켜보려고 합니다.
다음으로는 도전의식입니다. 이렇게 말하니 괜히 거창한 것도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저 스스로도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있고, 현실성에 많은 의심을 하고 있어서 말씀드리기에도 민망하네요. 그래서 말 안해드릴겁니다(하하).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어쩌면 꽤 흔한 클리셰같은 일이거든요. 꽤 오래 전부터 생겼을 텐데 도전해볼 생각도 못해봤는데, 어쩌면 지금이라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근거없는 자신감이 부추기곤 합니다.

Q2. 당신이 가장 높이 있던 날과 가장 낮게 있던 날은 언제였나요? (※ 높낮이는 물리적이든 추상적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작가 재량에 맡깁니다.)

가장 많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가장 높거나 낮은 날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게 그닥 없거든요. 살고 있는 곳이 고지대..라면 모를까. 왜냐하면 저는 어디서든 항상 중간에 머무려고 노력했거든요. 수험생 시절, 대학 시절 그리고 취업 준비 시기에도 항상 '중간에 머물자'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목표는 높을 수록 좋다고들 하지만 그것도 저는 쉽지 않았습니다. 해도 되기 쉽지 않을거 뭐하러 힘들게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리고 높은 곳에 오르면 그만큼 책임과 의무가 따라오죠. 이런 것들로 부터 벗어나고 싶어 더욱 중간을 노렸습니다. 저는 책임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거든요. 그렇지만 남들에게 보이는 시선과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낮은 곳은 크게 경계했습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말던 마이웨이로 살 깜냥은 없었거든요. 책임지지 않으니 편하게 살 수는 있었지만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어느 한 순간 열정적이었던 경험도 크게 많지 않은 것 같아 제 삶에 미련이 좀 남기도 합니다. 어떤 때에는 그 시절의 저에게 조금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전 직장을 퇴사가 어쩌면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말하고는 하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한다는 둥 즐길 수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요. 물론 저도 동의합니다. 이왕 해야하는 일 즐거울 수 있다면 좋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즐길 수 있다면 능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생각도 하였고요. 평소 취미로 즐기던 게임을 일로써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주변 상황은 최악 그 자체였거든요. 이런 날이 계속되니 일도 취미도 무엇 하나 즐기기 어려워졌습니다. 취미가 더이상 취미 그 자체로만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유일한 탈출구를 잃은 저는 더 깊은 고민과 고뇌에 빠졌습니다. 결국은 퇴사를 하게되고, 며칠간 아무 생각없이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시 출발점에 선 저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마음을 가지게 되더군요. 직업과 직장을 선택함에 있어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보다 내가 잘 수행해 낼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어쩌면 이상에서 벗어나 현실과 타협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였습니다. 퇴사할때는 개운한 기분 뿐이었는데 이제와서 이런다니 싶기도 하고요(하하).

(2022.8 씀)

책임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니...! 뭔가 역설적이지만 이해되지 않니? 🤔 끝내 말해주진 않았지만 루디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돼!

오늘은 특별히!! 오우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준비한 게 있어! 🦉

「상승과 하강」에 대한 세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은 만큼,

오운이들도 각자의 오름과 내림에 대해 하고 싶은 말들이 있을 것 같아~ 📢

아래에 있는 링크로 들어가 답변 남겨주면, 다음 9호 레터에서 소개해줄게!

<상승과 하강> 답 하러 가기✍

그럼 10월에 돌아올게! 아름다운 밤이 되길~

Oh, What a Nigh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