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은 또 다른 시작, '겨울을 끝내던 날'

#열다섯 번째 밤 #아쉬운 연말 #희망찬 새해

2023.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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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 #열다섯 번째 밤

오우너들 안녕!

2023년 새해에 돌아온 오운이야. 🦉

매월 두 번째와 네 번째 목요일,
밤 10시에 오우너들에게 멋진 글을 보내줄게!

다들 새해 첫 일출 봤나? ☀️
올해도 어김없이 울산 간절곶, 포항 호미곶, 동해바다는 물론이고 남산이나 선유도공원처럼 일출 명소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운집했다고 해! 일출은 못봤어도 새해 카운트다운을 즐긴 오우너들 많지? 3년 만에 타종 행사를 연 보신각에는 10만 명이 모였다니까 말 다했지~ 😮

우리가 새해만 되면 이렇게 자정이 되고 해가 뜨는 데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아마 한 해를 산뜻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어서일 거야. 이미 지나간 해와 똑같이 봄, 여름, 겨울, 가을을 맞이할테지만, 조금은 특별하게 사계절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겠지 ⏳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는 초심자의 마음, 다들 겪어본 적 있지? 지난 날의 설움과 다가올 날의 설렘, 또는 두려움. 그 마음을 여실히 드러낸 '나'가 작가 연꽃의 소설 「겨울을 끝내던 날」에서 아주 자세하게 묘사돼 있어! '그'의 가르침과 보살핌 속에서 지난 사계절을 지낸 '나'는 다가올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어. (2023년을 맞은 오우너들처럼!)

'나'는 어떤 굴곡을 거쳤고 또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 바로 읽어줄게! 📖

겨울을 끝내던 날

연꽃

“온몸의 감각이 무뎌지고 곧 심장이 얼어붙을 거야.” 성체(成體)가 되고 맞이하는 첫 겨울. 그의 말을 떠올리며 때를 가만히 기다려본다.

밤이 되자 바람은 더 차가워졌다. 어쩐지 눈동자가 시려 눈을 감는다. 잔잔하게 두근거리는 심장의 움직임이 낯설어 눈을 떴다. 그렇게 오래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닌데 나뭇가지가 하얘졌다. 깜빡이는 눈꺼풀은 미끄럽고 차가운 눈동자를 감싸며 이따금씩 파르르 떨린다. 내뱉는 숨의 속도가 느려진다. 드디어 동결(凍結)이 시작된 듯하다.
흔들리는 수풀은 더욱 일렁이며 나의 속을 울렁거리게 한다. 지난 계절들 속의 그가 스쳐 지나간다.

봄, 마침내 완전한 성숙을 이룬 팔다리는 밟히는 곳마다 힘차게 뜀박질을 해댔다. 그곳이 진흙탕이든, 아스팔트 도로이든 상관하지 않았다. 어디든 뛰고 싶은 만큼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지난날의 인고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었다. 그러다 가끔 돌멩이 같은 것에 부딪혀 아픈 곳을 부여잡고 끙끙대는 날엔 그는 자신의 몸에 난 상처들을 보여주었다. 짙고 선명하여 어딘가 이질적인 나의 것과는 달리 그것들은 탁하고 단단했다. 그리고 바라본 그의 눈동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여름, 난생 처음 겪어보는 열기였다. 호흡하기가 힘들었다. 이번 여름이 유독 더웠다고들 하는데 사실 기억도 온전치 않다. 숨 쉬기 급급했던 탓이겠지. 그래도 생생히 기억나는 한 장면이 있는데, 바로 그가 데려가 주었던 이름 모를 연못이다. 바싹바싹 말라가던 온몸 곳곳을 충분히 적셔주고도 남을 만큼 그곳엔 물기가 가득했다. 그는 장마가 오기 전까지 이곳에서 숨쉬라고 했다. 그제서야 눈에 비치는 여름의 무성한 녹음. 아, 여름은 참 푸르른 것이구나.

가을, 다들 분주해졌다. 빨리 찾아온 추위 탓에 이번 가을은 짧을 것이라고 했다. 갈수록 견디기 힘든 추위가 온다며 그도 떠날 준비를 했다. 그를 따라가고 싶지만 내 몸은 처음 겪는 추위에 이미 한껏 위축된 상태였다. 이렇게 서툰 모습으로는 역부족이다. 그가 남기고 간 말이 떠오른다. “이제 아주 오랜 잠을 자게 될 거야. 찬 바람이 불면 온몸의 감각이 무뎌지고 곧 심장이 얼어붙을 거야.”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심장이 얼어붙는 것은 상상해본 적이 없는 걸…

외롭고, 두렵고, 쓸쓸하다. 발끝으로 겨우 움켜쥐고 있던 낙엽의 촉감마저 흐릿하다. 가끔 볼 수 있던 무언가의 날갯짓도 이젠 아예 뜸하다. 이토록 철저하게 고독한 순간이라니, 앞으로 버텨야 하는 시간들이 막막하다. 차라리 심장이나 어서 멈춰버렸으면. 그래서 괴로울 만치 무한한 이 뇌리도 꽁꽁 얼게 했으면. 그러다 무질서하게 스쳐가는 생각들 끝에 걸려있는 그를 발견했다. 이 상황에 대해 누구의 탓도 하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결국 혼자 떠나가버리고 만 그를 원망하는 마음이 체기처럼 남아있었던 것이다. 깊고 무거운 호흡을 내쉰 순간 심장도 멈추었다. 생애 첫 겨울잠이 시작되었다.

겨울, 그 혹독한 존재감은 컸다. 세상이 온통 무채색인 날이 있는가 하면, 꽉 찬 구름 너머에서도 햇살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날이 있다. 걷히지 않는 구름이 야속할 뿐이다. 죽은 듯이 잠에 의존해야 했지만 매일 그 연못을 갔다. 푸르렀던 찬란함이 희디흰 반짝임으로 바뀌었을 뿐, 모든 게 선명히 그대로였다. 하루는 얼어붙은 수련 위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그가 앉아있던 곳으로 가고 있었다. 어떻게 이곳을 찾았는지, 그렇게 한참을 앉아 어떤 생각을 했는지, 지금 있는 그곳은 따뜻한지, 등과 같은 애처로운 질문들을 발바닥에 꾹 눌러 담은 채로 걸었다. 얼마쯤 갔을까, 머리 위로 물방울이 떨어졌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를 만났다. 얼음으로 뒤덮여 희미한 나의 눈동자는 겨우 그를 응시했다. 가슴이 또 울렁거렸다. 내뱉지 못한 그 울렁거림을 이제는 토해내고 싶었다. 팔다리가 저리더니 온몸을 돌고 온 뜨거운 기운이 눈으로 모여들었다. 면사포와 같던 얼음이 눈물처럼 녹아내렸다.

(2021. 03. 씀)

오운이가 오늘 읽어준 소설, 「겨울을 끝내던 날」 어땠오운?

1️⃣ 올해를 여는 글에 찰떡인 글이야! 매 해 겪는 계절을 작가님만의 이미지로 잘 표현해낸 것 같아. 보통은 봄에서 시작해 겨울로 끝을 맻는데, 겨울에서 시작해 다시 겨울로 돌아가는 시간의 변화를 보니 계절의 흐름과 느낌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 같아 ☺️

2️⃣ 이 글의 주체는 어떤 존재이고 어떤 마음이기에 이렇게도 모든 계절을 충실하게 보냈는지 궁금해져. 🧐

3️⃣ 춥고 시린 겨울이 빨리 지나가기만 바랬는데, 이 글을 읽으니 올 겨울이 그리워질 것 같기도 해! ⛄

「겨울을 끝내던 날」의 글쓴이, 연꽃과의 인터뷰를 가지고 왔어!

🦉: 글의 시작을 겨울로 설정한 이유가 있오운?

👤: 겨울은 어느 때보다도 몸이 웅크려지는 계절입니다. 호기롭게 나와도 매서운 바람에 근육들부터 떨리더라구요. 그때의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취준을 하면서 주위의 찬바람에 눈을 감고 몸을 저절로 웅크리게 되는 때였기 때문에 겨울로 설정을 했습니다.

🦉: '면사포와 같던 얼음이 눈물처럼 녹아내렸다.' 크으으으으으! 섬세한 어구가 인상적이었어! 어떤 과정을 거쳐 개발했오운?

👤: 일단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적어 놓고, 중복되거나 지저분한 단어들을 빼가며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산문보단 운문을 좋아하는 편이라 함축을 통한 임팩트?를 노렸습니다.

🦉: 제목에서도 '겨울'을 짚듯, 겨울에 꽤나 진심인 것 같은 작가 연꽃에게 겨울이라는 계절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

👤: 음.. 피할 수 없어서 즐겨야 하는 계절이에요! 게다가 미래계획을 하기에 참 좋습니다. 저도 모르게 따뜻해졌을 때의 날들을 상상하게 되거든요!

🦉: 이 소설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나'라는 주인공과 더불어 '그'를 이야기할 수 있지. 주인공에게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 ’그‘는 다시 돌아가더라도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제가 인간적으로 성장하기에 꼭 필요했던 존재여서 언제나 기억에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 작가 연꽃의 올 겨울은 이 글을 쓴 작년과 비교해서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 현실은 절대 환상을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작년엔 저의 미래가 기필코 희망적이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야 현재의 노고가 보잘 것 없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그 미래가 현재가 된 이번 겨울, 원하는 걸 모두 이뤘지만 그새 그 눈부신 미래는 지루한 현실이 되어버렸어요. 또 다른 환상적인 미래를 꿈꿔야 하는데 아직 무얼 꿈꿔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작가 연꽃과의 인터뷰 어땠어?

글이 주는 섬세한 느낌만큼, 작가 역시 섬세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아. 시어 선택을 섬세하게 하는 데에서도 드러나듯, 자기 인생에 있어서도 선택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하지 않을까?

이 글을 씀으로써 많은 오우너들에게 희망을 준 작가 연꽃에게 이 글이 부메랑처럼 돌아가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데 도움이 되기를!

오늘 밤은 여기까진데 어땠어?

2023년 새해를 맞은 오우너에게 좋은 일들이 가득하길!

오우너들에게 조금은 아름다운 밤이 되었길 바라!

그럼 모두 잘 자.

Oh, What a Nigh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