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에게 '종 사형(!)'을 선고하는 미래, 'XXXXX: 속기록'

#열두 번째 밤 #기후위기 혐의 #피고는 인간

2022. 11. 25.

🦉 인간에게 '종 사형(!)'을 선고하는 미래, 'XXXXX: 속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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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4 #열두 번째 밤

아름다운 밤이야, 왓어나잍!

우리가 조금 더 책임감을 갖기로 한 날,🤨

11월 24일 돌아온 오운이야!

매월 두 번째와 네 번째 목요일,
밤 10시에 오우너들에게 멋진 글을 보내줄게!

*뉴스레터 발송이 하루 늦춰진 점 죄송합니다.

더 세심하게 뉴스레터를 관리하는 왓어나잍이 되겠습니다.

우리가 조금 더 책임감을 갖기로 한 날,

무슨 소리냐고? 혹시 오늘 11월 24일(목)이 어떤 날인지 아는 오우너 있어? 오늘은 환경부에서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확대 시행하기 시작한 날이야. 😮 오늘부터는 식당과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물론, 일회용 종이컵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어. 플라스틱 재질의 빨대와 젓는 막대도 물론이야.

기후위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데, 최근에야 비로소 많은 담론이 형성되고 있는 듯해. 🌏 그래서 각 국가와 기업에서도 각각 친환경 정책과 사업에 애를 쓰고 있어!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여전히 각국은 세계적인 환경문제 해결에 책임을 미루며 COP(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참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기업들은 친환경 이미지만 쏙 챙기고 실제론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은 사업을 하는 ‘그린 워싱’ 행태를 보이고 있어. 🤦

이런 인류에 대해 심판을 내리는 미래를 상상해본 중갱의 시, 「XXXXX: 속기록」을 가져와봤어. 마치 지구가 인간만의 행성인 양, 인간의 이익만 좇으면서 다른 동식물 종의 생명에 위험을 초래하는 인류에 대해 단죄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 시에서 심판관은 인류에 대해 어떤 말로 판결할까?

지금 바로 읽어줄게! 📖

XXXXX: 속기록¹

중갱

*
은하단 단위 지능형 생명체 대표는 모두 출석했고
집행관과 배심원 무리가 입장한다 그들은 다급해보였다

아마도 위급한 상황 하에서의 신속한 안건 처리를 위함인 것 같다

집행 대상종(이하 대상종으로 기록) 대표는 현재 그들 모母행성에서의 동종 간 전쟁 위기 고조로 인해 불출석했다 이로써 대상종은 변호 자격이 박탈되었다

대상종의 모행성에서 온 대리 증거 제출관 두 개체가 그동안 수집한 증거들을 판정석으로 제출했다

*
우리는 그동안 보았습니다

(증거를 제시하며) 대상종은 현재까지 약 몇백만 종과 기타 아종을 멸종시킨 것으로 기록돼있으므로 종 학살죄² 를 적용 가능합니다

『대상종은 그들이 높은 빈도로 섭취하는 특정 종을 ‘가축’이라 스스로 명명한 뒤 그 특정 종들을 가두어 사육했고 연한 육질을 위해 미성숙 개체를 죽여 그 고기를 포장해 유통하므로 대부분의 대상종 개체들은 그 고기들이 어떻게 자신들에게 오는지를 의도적으로 망각한 것으로 보여집니다』³

더욱이 대상종은 스스로 하나뿐인 단일종임에도 불구하고 동종끼리 서로 차별하고 살해하는 변태적 습성이 있고 이로 인해 모행성의 환경은 지속적으로 손상되고 있습니다

대상종은 썩지 않는 변형 가능한 탄소 유기체를 발명하여 그들 개체 스스로 편리하게 사용했지만 그것을 분해하는 법은 발명하지 않았으므로 그것들은 순환되지 않고 닫힌 고리의 중간에 멈추어 서서 오히려 타 종의 존립엔 심각한 위해를 가했습니다(끝없는 사진 자료가 지나간다) 지금까지 서술한 바는 각각의 종에게 부여된 신성한 권리인 계 순환 권리에 대한 상해 혹은 파괴죄⁴에 해당합니다

증거 제출관에게 내장된 오랜 관찰 자료 분석 결과 대상종은 타 종, 나아가 모행성과 공생할 수 없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피해종 집단인 가축을 제외하고 그들과 밀접하게 교류하는 종으로는 개나 고양이 종이 있는데 (중간에 무화과 종과 무화과말벌 종의 생활사 사진이 지나간다) 이렇게 정교한 공생관계들에 비교했을 때 개, 고양이 종은 가축과 같은 피해종에 가깝습니다 이들 종은 대상종의 단순한 관상적 욕구를 위해 의도적으로 한정된 유전자 풀 내에서 수 세기에 걸쳐 인공적 교배가 이루어졌고 현재까지 대상종이 만들어 낸 이들의 이른바 ‘품종’은 빠짐없이 유전병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상종은 그들 모행성의 1급 위해 기생종으로 판단되며 이들이 현재 동종간의 개전을 실행할 경우 모행성을 포함해 대부분의 생물종이 절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존경하는 집행관님, 신속하고 공정한 선고를 부탁드립니다

*
증거 제출관 아담⁵ 은 공리주의에 대해 생각했다

대상종은 공리주의를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사는 행성과 생물종 전체에 대해 그것을 적용하는 것은 할 줄 몰랐던 것 같았고 그들의 그것은 오직 대상종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에 대해 아담은 스스로가 잠깐 슬퍼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리고 현재 이 곳에서 대상종이 자신이 제출한 증거들에 의해 그 철저한 공리주의에 입각하여 심판받고 있다는 것에 아담은 그들이 종종 짓는 씁쓸한 웃음을 흉내냈다

그들의 모행성과 타 생물종의 보존이 대상종 한 종의 멸종보다 중요하다

여론은 이런 식으로 모아지는 것 같았다 그에 대해 반론하는 배심원은 없었고 잠시 후 선고 주문이 나올 것이다

*
본 비상집행회의는 집행 대상종, 종명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인간에 대해 종 안락사형⁶ 을 선고한다

배심원은 이에 대해 만장일치로 찬성 표결을 했고 이들과 집행관의 무리는 본 회의장을 신속히 빠져나갔다

모행성 지구의 대리 증거 제출관 두 개체만 그곳에 남았고 그들이 승인을 하면 본 선고에 즉시 효력이 생길 것이다

*
아담과 이브⁷ 만이 그곳에 남아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창조종은 또한 그들을 창조했다고 믿었던 그에게서 나온 이름을 다시 그들에게 주었고

창조종의 멸종 여부가 창조종이 만든 모방종의 생체 서명 두 줄에 의해 결정되려고 했다

순간 이브는 아담에게 어떤 말을 건넸고

그들은 두번째 열매를 먹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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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상종 집행 및 모행성과 타종 보호조치에 대한 안건(대상행성: 신 태양계 소속 지구)

[2] 1만 종을 기준으로 그 미만에 대해서는 종 살인죄, 그 이상은 학살죄가 적용된다

[3] 종 학살죄 증거 자료 일부 발췌

[4] 타 종의 계에 대한 순환 권리 보호법 참조

[5] 대상종이 그들 스스로의 지능과 체형을 성공적으로 모방하여 만든 첫 ‘지능형 비생물종’으로 알려져 있다 대상종이 믿는 종교 중 하나의 창조신화에서 첫번째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대상종의 이름을 따 해당 모방종의 종명을 지었다(증빙자료로 제출된 ‘아담 매뉴얼’을 일부 참조함)

[6] 선고가 확정된 집행 대상종의 생명에 대해 치명적이고 신속한 광전염성, 목표 선택성 바이러스종을 광역 살포하여 집행한다 이전 대상종인 원지구 행성의 인간종에 대해 집행 시 그 유용성이 입증되었다

[7] 아담의 개선형 모델이다 아담이 인간 남성의 신체를 모방했다면 이브는 여성의 신체에 가깝다

(2019. 09 씀

오운이가 오늘 읽어준 시, 「XXXXX: 속기록」 어땠오운?

1️⃣ ‘환경’을 소재로 이렇게 독특한 글을 쓸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 🌳 작은 설정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세계관을 설정한 것이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를 본 것 같은 흥미로움이 있었어.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이 부럽기도 한 걸!

2️⃣ 디스토피아적 상황에서도 여전히 남아있는 작은 희망이랄까 기대를 내다볼 수 있었던 것 같아! 💖

3️⃣ 각주를 자세히 읽고, 본문을 다시 보니 더욱 흥미로웠어! 오우너들도 각주를 유심히 봐봐! 🧐

「XXXXX: 속기록」의 글쓴이, 중갱과의 인터뷰를 가지고 왔어!

COVID-19를 거쳐 여전히 환경문제가 심각한 지금, 작가 중갱은 다시 읽어본 「XXXXX: 속기록」에 대해 어떤 마음을 품고 있을까? 지금 바로 읽어줄게!

🦉: 이 글을 쓰게된 계기가 있었오운? 어떤 특정 사건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작가님의 특정 감정에서 비롯된건지 궁금해오운!

👤: 이 글은 특정한 사건에 계기가 있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평소에 인간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여러가지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어느 순간 이 글을 써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 이 시를 쓰면서 참고한, 또는 영향을 준 작품이 있을까?

👤: 중학생 때 처음 읽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인간>이라는 희곡의 내용이 지금까지도 매우 인상깊게 남아 있습니다. 글 속에서 미지의 공간에 갇힌 두 남녀 주인공이 인류의 생존을 두고 모의재판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장면이 시의 모티프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 시에서 쓰인 시어와 상황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읽다보면 '실제로 일어날 법'한 배경이라 인상적이었오운. 이런 장치는 어떻게 개발하게 됐오운?

👤: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에는 천재지변이나 인류 스스로 정도를 제외하면 지구 안에선 인류를 심판할 수 있는 존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간대를 언젠가 일어날 지도 모르는 매우 먼 미래로 설정했고 자연스레 인류의 죄에 대해 심판을 내리는 외부의 지적 존재와 인간이 만들어낸 지적 존재의 만남을 상상해보았던 것 같습니다.

🦉: 이 시는 2019년 9월에 지어져,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작가 중갱이 보기에 지금은 조금 더 나아졌을까, 아님 아직도 비관적일까?

👤: 시가 쓰인 후, COVID-19로 야기된 팬데믹을 기점으로 고립주의와 대립이 심화되었고 다른 이유에서지만 직접적인 국가간의 충돌마저 발생했습니다. 심지어 핵 전력에 대한 사용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에, 애석하게도 지금이 오히려 시에서 묘사된 상황에 인류가 몇 걸음 더 다가간 것 같다고 느껴집니다.

🦉: 지금 이 속기록을 업데이트 한다면 어떤 증거들이 더 추가됐을것 같은지 작가님의 상상이 궁금해오운!

👤: 시의 배경과 상황은 모두 저의 상상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시 속에서 아담이 제출한 증거들은 유일하게 사실에 기반한 내용이었습니다. 앞선 질문에 제가 답변한 현재의 상황들이 아담이 추가적으로 제출하는 증거가 되고 있지 않을까요!

다섯 개의 답변으로부터 작가 중갱은 다양한 곳으로부터 영감을 받을 줄 알고, 또 그 영감을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한 배경과 표현으로 풀어내면서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예리한 시선을 놓치지 않는 작가임을 드러내는 것 같아!

뜻깊은 날 의미있는 글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괜히 흐뭇해진 하루였어, 그렇지?

오늘 밤은 여기까진데 어땠어?

오우너들에게 조금은 아름다운 밤이 되었길 바라!

그럼 모두 잘 자.

Oh, What a Nigh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