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

(전략)

 "나는 늙는 게 무서워." 언니는 항상 그렇게 말했었지. 거울을 보며 내 눈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 주름을 한탄했어. 그럴 때마다 나는 서른도 안 됐으면서 무슨 소리냐며 언니를 타박했었고. 아무래도 어린 애들과 지내더니 자격지심이 생긴 모양이다 싶었어. 어려서부터 보이는 모습에 공을 많이 들이던 언니였기에 더 그런가보다고. 그런데 꼭 그런 게 아닌가 봐. 둘러보니 주위에는 죽음보다 늙음을 더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 "멋진 신세계"에서도 그러더라. 과학이 그렇게 발전했는데 수명은 예순에서 마감에, 노화만은 필사적으로 막는 거야. 미의 기준은 시대마다 달라진다는데 시대를 불문하고 늙은 모습은 추한 건가봐.

(중략)

 어찌됐든 나는 늙음을 사랑하고 싶어. 언니 말마따나 몇십 년 인생 중에서 젊음은 고작 이십여 년인데, 사랑하지 않으면 어떻게 버티겠어. 젊어서 창창한 우리라고 마냥 빛나는 건 아니잖아. 손 쓸 수도 없는 변화 속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 밖에 없는 무기력. 엔진이 터지는 것도 모르는 채 달려야만 하는 타의적 역동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젊음을 사랑하고 있어. 그렇다면 늙음을 미워할 이유는 대체 뭐야. 언니, 내가 언니의 늙음까지 사랑할게. 언니가 미워하는 부분까지도 내가 눈에 담고 아껴 줄게. 언니도 나의 늙음을 지켜봐 줘. 우리는 서로 바라보며 또 보이며 살아가는 거야.”

-언니의 어림, 자람, 젊음, 늙음을 위해, ○○이가

(2021.03 씀)